김훈 – 화장

김훈의 화장은 2004년도 이상문학상 수상작입니다.
장편 칼의 노래에서 보여준 그의 그 지독스럽게 정제된 붓으로
단편을 쓴다면
과연 어떤 느낌일까요?작품을 읽어가는 독자가 '맞아'하며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힘.
바로 그 힘과 상투적인 것과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보편타당함을 '진리'로 탈바꿈시키는 그 힘.
모든 위대한 작가 – 소설, 시, 영화, 그림, 연주, 작곡, 인류를 인간이게 만드는 많은 작품들 – 들은 그 힘을 손에 넣고 있습니다.
천신만고의 노력 끝에 얻어내는 경우도 있으나
대부분은 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위대함은 곧 운명이라 칭해도 될 것입니다.
많은 살리에르들은 절망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불공평해보이지만, 세상은 원래 그런 것입니다.
김훈의 화장.
칼의 노래에서 극한의 간결함을 보여주었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중용'의 미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긴장과 이완, 높이와 낮음, 부드러움과 견고함, 복작함과 단순함…
이렇게 반복되는 대칭 구조들이 독자의 심리에 끊임없이 저항감을 불러일으키며 작품으로 끌어들입니다.
죽은 아내에 대한 이야기에서는 나를 배제한 외부 세계에 대한 묘사로 일관하여, 아내와 나의 거리를 강조하고 있으며
추은주에게는 절절하다 싶을 정도의 고백으로 일관하여, 화자인 '나'의 내면을 투명하게 드러내 보이고 있습니다.
또한 이런 내면에 대한 고백은 독자를 작가의 자의식으로 끌어들임과 동시에 각자의 깊은 심연을 돌아보게 만드는 효과를 동반합니다.
누군들 '추은주' 하나쯤은 가지고 있지 않겠습니까…
김훈이 김수영과 최인훈을 능가하지 못한다면, 그렇다면 그 유일한 이유는 '너무 늦게' 시작한 탓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신인'에게서 기대되는 무한한 가능성, 막연한 기대감 같은 감정을 그의 글에서는 느낄 수 없습니다.
이미 거장의 풍모가 느껴지는 이런 모순이 득이 될지 실이 될지는 아직 모르겠군요.
ps. 박민규의 작품이 하나 실려있습니다. 그의 가벼움에 대해서 더이상 의심하지 않아도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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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 – 화장”의 9개의 댓글

  1. 잘 읽고 갑니다.
    같은 책을 읽고 독회 소감을 나누는 것은
    언제나 즐겁네요…
    소통하고 있는 느낌입니다.

  2. 음 그렇군요. 전 개인적으로 주인공의 추은주를 향한 마음이 담긴 글엔 어떤 거부감(배신감?)부터 들어서 – 아마 도덕적 이유 때문이겠지요. 한 사람의 '감정'조차 도덕이란 잣대로 평가하는게 옳은 일인진 모르겠지만요 – 쉽게 빠져들기가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누군들 추은주 하나쯤은 가지고 있다.. 공감이 가는 얘기네요^^

  3. 핑백: Boram's ImageNation

  4. /kremlin : 제 경우는 [도덕, 규율, 문화, 당위 …] vs [사랑] 의 대결이라면, 언제나 사랑에 한표를 던지는 스타일이어서…김훈이 늘상 '울었다'라고 표현한 것이 맘에 들었습니다.

  5. 모르겠습니다. 김훈을 과연 김수영이나 최인훈과 비교한다는 것이 대체 가능한지… 사람마다 느낌이 있겠으나 저게 김훈은 3류 저질 소설가로밖에 느껴지지 않습니다. 죄송합니다. 김수영의 치열이 김훈에게 있는가요? 최인훈의 무거움이 김훈에게 있는가요? 저는 정말 모르겠습니다. 제겐 그저 김훈이란 작가는 자기 변명을 하고 있는것으로 밖엔 보이지 않습니다. 기자시절의 자기에 대한 변명말이지요.
    정말 죄송하지만 저는, 언젠가부터 이상문학상을 믿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6. /화요일 : 미안하거나 죄송할 이유는 없습니다.
    이견은 있겠으나 작품은 온전히 수용자의 몫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김훈은 아직 김수영이나 최인훈이 지난 무게, 아우라에 비해 한참 뒤처지는 것이 사실입니다만, 제 보기에 그의 가치는 적어도 '문체'하나로도 충분할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켜봐 줬으면 좋겠습니다. 변명이면 어떻고 범죄면 어떻겠습니까. 작가는 작품으로 말하는 것을.
    ps. 글을 쓰시는 듯 합니다. 한때의 제게도 생을 걸만하다는 치열함이 있었더랬습니다. 🙂

  7. yoda님의 의견에 동감입니다.
    "화장"을 읽으면서 그의 문체에 감동하지 않을 수 없더군요. 또한, 깊이가 없다고도 생각되지 않습니다. 추은주는 살아있는 삶을 상징한다고 느꼈기때문에 삶과 죽음이 더없이 잘 대비된 작품이 아니었나 생각되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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