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가난한 발바닥의 기록, 개 – 김훈

뜬금없이 개의 이야기라니.
책을 사면서 궁금했던 점이었는데, 사물에 대한 묘사와 인식을 '다른' 방식으로 풀어낸 그의 새로운 시도는 매우 만족스럽다.
칼의 노래/ 현의 노래에서는 '독백'과 '변주'로, '화장'에서는 '부동 혹은 정적인 감흥'으로 각각 세상을 인식했었다면, 이번에는 '개'를 통해서 세상을 보여주고 있다.
개를 비롯한 다른 무엇인가를 훌륭한 화자로 탈바꿈시키기는 쉽지 않은 일인데, 김훈은 진돗개 보리의 코와 눈과 사고를 통해서 인간의 세상사를 재구성하여 감동 이상의 찡함을 전달해 주는 것이다.
훨씬 완숙해진, 대가의 반열에 오를 것이라는 느낌.
김훈을 접할 때 마다 부끄러움이 드는 까닭은, 그가 보여주는 치열함 탓일게다.

겨울의 냄새는 맑고 투명하다. 겨울에는 산과 들과 나무에서 물기가 빠져서 세상은 물씬거리지 않는다. 부딪치며 뒤섞이던 냄새들은 땅속이나 나무들 속 깊이 잠겨서 밖으로 나오지 않고, 세상이 텅 빈 것처럼 콧구멍에 걸려드는 것이 없다. 그래서 쨍하게 추운 겨울날에는 멀리서 다가오는 작은 냄새가 한줄기 빛처럼 가늘고도 곧게 퍼진다. 겨울에는 가느다란 냄새들이 선명해진다.

내 마지막 며칠은, 가을볕에 말라서 바스락거렸고 습기 빠진 바람 속에서 가벼웠다. 어디로 가든 거기에는 산골짜기와 들판, 강물과 바다, 비오는 날과 눈 오는 날, 안개 낀 새벽과 저녁의 노을이 나에게 말을 걸어올 것이고 세상의 온갖 냄새들로 내 콧구멍은 벌름거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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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가난한 발바닥의 기록, 개 – 김훈”의 6개의 댓글

  1. 김훈의 글을 볼 때마다 자동적으로 마루야마 겐지가 떠오른다네.
    문학을 치열하게 살아내는 정신도 그렇고,
    수컷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강인한 문체도 비슷하고,
    특히 스스로 마초임을 드러내는 '배짱'도 닮은 구석이 있어.
    개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다니…
    [봐라, 달이 뒤를 쫓는다]의 오토바이가 연상되는구먼.
    일간 독파해야겠군.

  2. 어제는 고생많으셨습니다.
    덕분에 아주 귀한 음식을 맛보게 되었네요…ㅎㅎㅎ
    추석이 지나면 셋째동서랑 모여서 저녁에 술 한 잔 합시다.
    다음주 목요일 정도가 어떨지요?
    연락처 사무실)02-524-8303
    핸드폰)011-283-5223

  3. 잘지내고 있지?? 좋은 소식 있음 빨리 전해~
    추석두 몇칠남지 않구..
    마음은 허하구~
    새신랑 얼굴 한번두 안보여주구 ㅜㅜ;
    삐졋다..
    나 외 일동~
    누구 누군지는 알것임.
    즐건 추석 보내구 연락좀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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