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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파 

잘 살아야 한다.

예준이와 민준이가 좋은 엄마, 좋은 아빠로 기억할 수 있도록 말이다.

그것은 정말 ‘함께 한’ 시간의 문제는 아니다.

아래는 내가 자주 가는 커뮤니티, DVD Prime에 올라온 ‘산후 조리원에서 만난 아이, S…’라는 글이다.

지난 10월 5일, 그러니까 약 3주 전 저의 둘째 아들, 호용이가 태어났습니다…

첫째도 아들이었으니, 이제 저는 두 아들의 아빠가 된 셈이죠….

첫 째를 낳았을 땐 저희 어머니께서 몸조리를 해주셨지만, 둘째 몸조리는 시어머니께 신세지고 싶지 않다며 굳이 조리원 요양을 원했던 아내의 뜻에 따라, 2주간 조리원으로 출퇴근 생활을 했지요.

하루는 재용이를 데리고 아내의 입원실을 찾으니, 처음 보는 네다섯살 가량된 꼬마 여자아이 하나가 아내와 놀고 있었습니다. 빨간 리본달린 헤어밴드가 인상적인 귀여운 꼬마 여자 아이였습니다.

아내가 말합니다. “S야 아저씨한테 인사해. 아줌마 남편이야'”

그런데 이 녀석, 커다란 눈망울을 굴리며 저를 위아래로 두 번씩이나 훑어봅니다.

그러더니 하는 말… “우와~우리 아빠 닮았다 히히 안녕하세요 아저씨”

엉겁결에 저도 “응 그래, S 안녕” 했습니다.

S는 인사를 끝내자마자 처음 보는 제 옆에 찰싹 달라붙어서는 온갖 재롱을 피우기 시작합니다. 제 옆에 있던 30개월된 재용이가 질투를 느껴서 “아빠, 안아줘”를 연발할 정도로 말입니다. 알고보니, 옆방에 들어온 임산부의 첫째 딸인데, 하는 모양이 너무 예뻐서 방으로 불러서 놀아주고 있었답니다.

사실 둘째를 딸을 원했던지라, 제게도 너무너무 예뻐 보이는 녀석이었습니다. 그렇게 이삼일을 아내의 조리원으로 출퇴근하면서 녀석이랑 제법 친해질 수가 있었지요.

하루는 녀석을 데리고 조리원 옆에 있는 던킨 도너츠에 데려가려고 S의 어머니 병실 문을 두드리고 사정을 이야기했더니, S어머니께서 흔쾌히 그러라고 하시더군요. 매장에 들어가서 도너츠를 고르는데, 재용이가 도너츠 집게를 들고는 S를 홱 밀치고 도너츠를 집으려 하는 겁니다.

화가 나서 재용이에게 “재용아, 누나 사주려고 온건데 누나 밀치면 어떡하니?” 했더니 S가 하는 말… “아저씨 괜찮아요. 난 누나잖아요 히히”

솔직히 요 나이 또래의 아이들을 거의 접해보지 않아서인지 나름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기분 좋은 충격이랄까요?

자리에 앉아서 도너츠를 먹으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문득 궁금해서 S에게 물어보았습니다.

“S야, 근데 아빠는 왜 병원에 안 오시니? S아빠가 아저씨랑 많이 닮았다며?”

“응, 아빠는 바빠요. 일이 많아서 병원에 못 오세요.”

“아, 그렇구나, 아저씨가 궁금해서 말야. S처럼 예쁜 딸둔 아빠는 어떤 분일까…”

“응, 우리 아빠, 아주아주 좋은 아빠예요. 아저씨만큼 좋은….”

연신 도너츠를 씹으며 녀석이 하는 말입니다.

그렇게 녀석과 저는 1주일여를 매일같이 만나 놀며 많이 친해질 수 있었습니다.

며칠 뒤, 저녁 무렵이 되어 또 아내와 조리원 침대에 걸터앉아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고 있는데 누군가 똑똑 문을 두드립니다.

S의 엄마입니다. 퇴원하는데 인사 드리고 갈려고 오셨다네요.

“재용이아버님한테 고맙다는 말씀 드리고 싶었어요….사실 S 아빠가 재용이아버님이랑 정말 많이 닮았거든요…그래서 S가 재용아버님을 많이 따랐던 거 같아요.”

“아네, S가 그러더라구요. 저랑 아빠랑 많이 닮았다구요. 저도 덕분에 참 즐겁게 놀았습니다. 감사는 제가 드려야죠. 근데 S아빠는 많이 바쁘신가봐요? 오시면 인사나 나누어 보고 싶었는데…”

그런데 S엄마 안색이 갑자기 많이 어두워집니다….그리곤 그녀가 내뱉는 한 마디…

“실은…S아빠…둘째 가지고 5개월 있다가…교통사고로 죽었어요….”

그리고 그녀는 급기야…눈물을 몇 방울 떨구고 병실문을 닫았습니다…. 저는 잠시동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그저 그래서 그랬구나…그래서 그랬구나…라는 말만 되뇌일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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