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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겨울 제주여행

  • yoda 

2023년 2월 1일부터 2월 4일까지 제주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2020년 코로나 발생 이후 긴 여행을 간 적이 없다보니 식구들은 모두 기분이 좋았습니다. 2019년 오사카 여행 이후 4년만의 비행기 여행이었습니다.

2월 1일

김포 공항은 몇 년 간 공사를 하더니 매우 깔끔하게 정돈되었더군요, 푸드 코드 또한 다양한 브랜드의 가게들이 세련된 인테리어로 입점했지만 맛은 별로였고 가격은 비쌌습니다.

한편 제주 공항은 그리 크게 변하지 않았습니다. 제주 공항에 도착하면 ‘헉’하는 습기가 가득했는데 겨울이라 그렇진 않았고 늦가을 서울의 기온과 날씨였습니다.

첫번째 행선지는 둘째가 미리 찾아둔 아베베 베이커리였습니다. (네이버 지도는 임베드가 제대로 되지 않네요)

이 빵집이 마침 동문 시장 가장자리에 있어 아이들은 빵을 사고 어른들은 시장을 둘러보기로 했습니다. 막상 도착해보니 줄이 엄청나게 길었고 오후 두시부터 거의 한시간 넘게 기다렸습니다. 주로 20대 젊은이들이 줄을 섰는데 아이들은 자기들이 조사한 빵집에서 접 빵을 고른다는 생각에 그리 지루해하지 않았습니다. 여행 동안 휴대폰 제한을 풀어서 기다리면서 유튜브와 게임을 즐길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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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문 시장은 몇 년 새 제주의 특징을 담은 기념품과 음식들로 한층 다양하고 좋아졌습니다. 제주 브랜드 상품이랄까, 예전에는 돌하루방 모양의 감귤 초컬릿이 다였는데 귤을 얇게 잘라 말리고 초컬릿을 살짝 바른 간식, 한라봉 착즙 쥬스, 제주 흑돼지 육포, 감귤 색의 모자와 선글라스, 제주 에일 맥주 등 마음에 드는 상품도 많고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웠습니다. 마침 실한 참돔이 9마리에 5만원에 나와 있어 3마리를 샀습니다.

아베베 베이커의 빵은 크림이 잔뜩 들어가 부드럽고 향긋해 매우 맛있었지만 빵 하나만 보고 긴 시간을 대기하는 건 추천하지 않습니다. 제주에는 이 것 말고도 볼 곳과 먹을 거리가 많으니까요. 겨울에는 온라인 주문도 가능하다고 하는데 10시에 시작하면 바로 주문이 마감된다고 합니다.

숙소인 제주 신화 빌라스에 짐을 풀고 일몰을 보려고 금오름으로 길을 나섰습니다.

금오름은 그리 높지 않았는데 여기도 사람이 아주 많았습니다. 일몰 시간은 겨우 맞췄지만 날이 흐려 하늘은 먹빛이었습니다. 뭐, 제주의 오름 하나를 새로 발견한 것이 수확이겠네요.

저녁은 숙소 근처 식당 ‘춘심이네’에서 1미터가 넘을 것 같은 통갈치 구이와 갈치 조림을 맛있게 먹었습니다.

숙소로 돌아와서 낮에 산 간식을 펼쳐두고 온 식구가 고스톱을 쳤습니다. ㅋㅋ

2월 2일

둘째 날은 우도를 갈 계획으로 성산항으로 이동했습니다. 숙소는 서남쪽이었고 성산항은 동쪽이라 거의 두시간여를 이동하느라 오전 시간을 다 썼습니다.

점심은 간단하게 고기국수를 먹었습니다. 가시아방 국수라는 곳을 찾아 갔는데 대기하는 사람들이 29팀이 있어서 빨리 포기하고 근처의 다른 국수집을 찾아갔습니다.

성산포에서 배를 타고 우도로 들어갔습니다. 10여 분 간의 짧은 뱃길이었는데 사람들이 나눠주는 새우깡을 먹으려고 갈매기 떼가 배를 따라다니는 진풍경을 볼 수 있습니다.

우도는 첫 방문이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전기 자전거나 2인용 전기차로 섬을 누비는 데 좀 더 따뜻해지면 훨씬 즐거울 것 같습니다. 우리는 순환 버스를 타고 중간에 내려 걷고 버스를 타고 다시 걷고 하는 방식으로 다녔습니다. 중간에 검멀레 해수욕장의 달그리안 카페에서 땅콩 아이스크림을 먹었습니다.

우도를 나와서 성산일출봉을 갔습니다. 생각 외로 아이들은 성산일출봉의 모습에 감탄했고 꼭 가보고 싶다는 반응이었습니다. 등산이라면 절레절레 고개를 젓곤하던 모습을 생각해보니 좀 의외였습니다.

성산 일출봉도 거의 십년 전에 왔던 것 같네요. 입구 쪽은 계단을 넓찍하게 바꿔서 훨씬 편했습니다. 무료 코스와 유료 코스가 새로 생겼고 올라가는 길과 내려오는 길을 완전히 분리해서 혼선을 줄였습니다. 정상에서 바라본 풍경이 작고 왜소하게 변한 듯 했습니다. 예전에는 미지의 생물이 튀어나올 원시의 느낌이 있었는데, 이제는 말라버린 수풀 같이 생명력이 느껴지질 않았습니다.

저녁은 돼지고기를 먹기로 하고 일단 중문 쪽으로 향했습니다. 요즘은 여행지의 정보를 미리 찾지 않고 가는 길에 네이버 앱이나 티맵에서 ‘돼지고기’ ‘맛집’ 등을 검색합니다. 모메든 식당에서 연탄불에 구운 돼지고기를 먹었습니다. 생각보다 양이 많았고 음식점이라기 보단 술집 같은 느낌에 좌석이 그리 편하진 않았지만 식구들 모두 즐겁고 맛있게 먹었습니다.

2월 3일

원래는 스누피 가든을 갈 예정이었습니다만, 2일자 일정에서 이동시간이 너무 길어서 동쪽으로의 여행은 포기했습니다. 대신 서쪽에 갈만한 곳을 찾다가 ‘김창열 도립 미술관’을 갔습니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김창열 화백은 ‘물방울’을 그린 서양화가인데 누구나 한번쯤은 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마침 해설 시간이 맞아 식구들 모두 그림 감상의 이해를 넓혔습니다. 미술관은 저지 예술인 마을 입구에 있어서 미술관을 나와서 가볍게 산책도 했습니다.

점심은 서귀포 올레 시장에서 먹기로 했습니다. 거의 15여년 전에 들렀던 돼지 두루치기로 유명한 ‘용이 식당’에 갔습니다.

서귀포 올레 시장에서도 귤 초컬릿과 새우 크림빵 등을 샀고 캘’리소프트서브’ 라는 형광색 인테리어가 인상적인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잠시 쉬었습니다.

그리고 제주도립 곶자왈 공원에 가기로 했는데, 동절기에는 3시에 입장이 마감돼 들어갈 수가 없었습니다. 급히 찾아보니 근처에 ‘환상숲 곶자왈 공원’이라는 민영 공원이 있어서 그리로 발길을 돌렸습니다.

곶자왈은 제주도 특유의 지형인데 요철이 많은 화산암과 덤불로 구성된 숲을 의미합니다. 역시나 숲 해설가와 시간이 맞아 해설을 들으며 숲을 거닐었는데 해설이 없었다면 매우 아쉬울뻔 했습니다. 특히나 숲을 가꾸면서 건강을 되찾은 해설가, 그리고 온 가족이 함께 숲과 더불어 사는 삶이 몹시도 부러웠습니다. 티비에도 여러번 나온 숲이고 가족이었었습니다.

갑자기 식구들 사이에서 족욕 이야기가 나와 제주에서 두어번 방문했던 ‘논짓물 해수 족욕 카페’에 들렀습니다. 이곳도 10여년 전에 처음 왔던 곳인데 다시 가보니 과거의 시간이 남아있는 듯 반가웠습니다. 그때와 달리 아이들은 훌쩍 자랐고 나는 많이 늙었습니다.

저녁은 회를 먹기로 했습니다. 모슬포항으로 가니 고등어회화 방어회를 먹을 수 있는 횟집이 문전 성시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앱에서는 ‘미경이네’라는 집이 인기있다고 추천했지만 역시나 대기가 10팀 이상 있어 망설이지 않고 옆의 ‘만선 식당’으로 갔습니다.

고등어회는 처음 먹어봤는데 그 고소하고 쫀득한 식감이 아주 좋았습니다. 반찬들도 맛있었고 고등어 찌개나 양파 간장도 좋았습니다. 식구들 모두 감탄사를 연발하며 순식간에 고등어회와 방어회를 먹어 치웠고 추가로 고등어회를 더 주문해서 먹었습니다.

제주의 마지막 밤에는 제가 준비한 돈쓸어답기 게임을 했습니다. 바닥에 돈을 잔뜩 펼쳐 두고 안대로 눈을 가린채 30초 동안 뒤집개로 접시에 돈을 퍼 담아 가지는 게임입니다. 5만원권, 1만원권, 5천원권, 1천원권을 대량 준비했고 그야말로 돈을 쓸어담는 게임이라 식구들은 매우 즐거웠습니다.

모처럼의 여행이었고 누구하나 무리하지 않고 맛있는 음식과 멋진 곳들을 돌아다녔습니다. 이런 시간을 많이 쌓아가는 것이 삶의 의미이자 목표일 것입니다. 새삼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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