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차 정기 검진

8차 정기 검진

11월 17일 8차 정기 검진이 있었습니다. 1년에 2번씩이니까 세번째의 암 수술을 받은 지 만 4년이 되어가나 봅니다.

혈액 검사, 흉부 엑스레이, 복부 CT, 위 내시경, 대장 내시경 등등.

늘 하던 대로, 남들보다 훨씩 익숙하게, 검사를 받습니다.

상박을 묶고 주먹에 힘을 주었다가 폈다가 반복합니다. 팔꿈치 안쪽의 정맥에 주사 바늘이 들어가고 검붉은 정맥혈이 채혈보틀에 들어갑니다. 하나, 둘, 셋, 넷…

흉부 엑스레이는 금방 끝납니다. 고정형 촬영 테이블에 가슴과 어깨를 붙이고 촬영테이블을 껴안듯 손을 감쌉니다. 요즘은 손잡이를 부착해서 좀더 알기 쉽습니다.

CT 촬영은 8시간 이상 금식해야하고 당일 조영제를 맞아야합니다. 게다가 내시경 검사까지 있어서 혈관에 주사가 쉽게 들어갈 수 있도록 장치를 고정해 둡니다. 굵은 바늘이 들어가니 꽤 거북합니다.

CT 촬영에 사용되는 조영제는 질병 부위와 정상 조직을 더 잘 구별하기 위해 정맥 주사로 투여되는 약물입니다. 그렇지만 주사가 들어가면서 불쾌한 열감이 느껴지고 입안에 메스꺼움이 생깁니다. 그리고 소변이 마려운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이런 증상들로 약물이 온 몸에 퍼지는 것을 느낄 수 있고 그 느낌을 따라 불쾌한 두려움도 온 몸에 같이 퍼져갑니다. 조영제는 아주 드물게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지만 아직 그런 일은 없었습니다. 그 부작용은 극심한 알러지 반응과 비슷해서 매우 위험합니다.

조영제를 맞고 나면 물을 많이 먹어 빨리 배출해야 하는데 8시간 이상의 금식과 위장 장애로 물을 많이 마시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게다가 최근 몇 년 전부터는 조영제를 맞고 나면 심한 변비가 오는 것도 같습니다.

위 내시경은 8시간 이상의 금식, 대장 내시경은 12시간 이상의 금식과 전일 대장을 비우는 별도의 장 정결제 복용이 필요합니다.

아주 오래 전 부터 대장 내시경에는 ‘크리쿨산’이라는 가루를 물에 섞에 몇리터씩 마시곤 했는데 이번에는 ‘오라팡’이라는 알약을 먹었습니다. 알약 14개씩을 30분에 걸쳐 전일 저녁, 당일 새벽 2차례에 먹고 물을 1리터 이상 마십니다. 약을 먹고 물을 마시는 방식은 비슷했는데 크리쿨산에 비하면 약의 양도, 물의 양도 좀 더 적고 넘기기 수월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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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 하 내시경 (통칭 수면 내시경)은 잠을 재우거나 마취를 하는 것은 아니고 진정제(보통 미다졸람을 사용하는데, 펜타닐이나 프로포폴을 쓰기도 합니다)를 정맥에 주사하여 편안한 상태를 유지합니다. 진정제 효과로 검사 때의 불편한 기억과 통증 등을 기억하지 못하게 됩니다만 검사가 끝난 후에도 비몽사몽하는 시간이 꽤 오래갑니다.

전신 마취를 많이 경험했던 기억 때문에 진정제가 들어갈 때마다 ‘이대로 다 끝나도 괜찮겠다’하는 생각을 합니다. 혹은 이런 식으로 끝나면 좋겠다라고도 생각합니다.

죽음은 삶의 이면이라지만, 여전히 낯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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