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긋함을 먹는 시간, 카흐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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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긋함을 먹는 시간, 카흐발트

터키식 아침 식사를 뜻하는 카흐발트는 터키 여행에서 가장 즐거운 경험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

카흐발트는 ‘커피(Kahve)’와 ‘이전(altı)’이라는 단어가 합쳐진 말로, 직역하면 ‘커피를 마시기 전의 식사’라는 뜻이다. 커피를 마시기 전, 속을 든든하게 채우는 예의 같은 식사랄까.

카흐발트는 다양한 음식을 골라 먹는 작은 뷔페 같다. 여러 가지 색상의 짭조름한 올리브, 형태와 촉감이 다른 부드럽고 고소한 치즈들, 무화과 잼을 비롯한 수제 잼과 꿀, 카이막, 그리고 갓 구운 시미트와 건강한 빵들, 따뜻한 차이, 신선한 오이와 토마토, 터키식 스크램블 에그와 삶은 달걀, 입가심을 위한 달콤한 과일들까지.

이 모두를 아침에 먹는다고? 그렇다. 매일 아침을 이렇게 즐긴다.

특히 시미트에 카이막을 올리고 꿀을 발라 바사삭 소리와 함께 베어 무는 한 입, 그야말로 탄성이 절로 나온다. 여기에 향긋한 차이를 한 모금 더하면 금상첨화다. 기억을 떠올리는 지금도 침이 잔뜩 고인다.

호텔에서는 길고 큰 테이블에 차려진 음식들을 적당히 접시에 덜어 먹고, 로컬 숙소에서는 이 음식들이 담긴 큰 접시를 내어주기도 하며, 식당에서는 한국의 한정식처럼 차려지기도 한다.

음식이 많지만 모두 건강한 재료들이라 위에 큰 부담이 없다. 음식이 많으니 먹는 시간이 오래 걸리고, 자연스레 대화가 많아진다. 카흐발트를 먹다 보면 음식이 아니라 느긋함을 먹는 기분이 든다.

하루를 여는 시간이다.

오늘은 무슨 일을 할지 어디를 갈지, 여행자에게는 최고의 시작이었고 가족과 함께라면 온전히 정을 나누고 사랑을 확인하는 시간이 될 터였다.

우리는 한국에 와서도 카흐발트 비슷한 식사를 종종 차려 먹게 됐다. 시미트 대신 천연 발효종 빵을 굽고, 딸기나 체리, 오이, 토마토를 자르고, 튀르키예에서 사 온 잼을 한 숟갈 덜어둔다. 거기에 두세 종류의 치즈와 올리브를 몇 알 올린 작은 한 접시다. 품이 제법 들지만 한국식 카흐발트를 먹을 때마다 언젠가는 튀르키예에 다시 가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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