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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투는 나의 힘 (8/10)

하하,
이 영화,
매우 특이하다.

문성근. 그 뻔뻔함이란…
“내가 두가지를 좋아하는데, 하나는 문학, 그리고 하나는 여자.
근데, 작가는 애초에 글러먹었으니까, 이제 남은건 로맨스 밖에 없지.
그게 내꿈이야.
작가는 원한이 있어야 되는데 말야, 후벼서 팔아먹을 수 있는 상처. 난 너무 평탄하게 살아왔거든…”
이런 남자, 흔하다.
그리고 이렇게 흔한 남자를 좋아하는 여자도 흔하다.

배종옥.
“무슨 얘긴지 알아요, 나도 자고 싶다구요, 아니 나도 하고 싶다고. 근데, 이렇게 하고 싶은 이유가 딱 하나 밖에 없어요, 그놈의 술, 술 때문이라고. 알아요?”
이런 여자, 흔치 않다!
흔치 않아서, 좋다.

박해일.
“누나, 그 사람이랑 자지 마요, 나도 잘해요…”
카피로 등장하는 바람에 굉장히 식상해 보이는데,
이 대사야 말로 이원상이라는 캐릭터의 전부이며, 질투는 나의힘의 전부다.
이런 것.
질투하되 그것이 내가 가진 유일한 무기.
질투하지만 어떤 강요도 하지 않거나. 또는 할 수 없는 것.
즉, 질투가 나의 힘이긴 해도 그 힘은 너무 미약해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가 없는.
그리하여 ‘나’는 ‘질투가 나의 힘’이라고 목청을 높여보지만, 실은 그게 다인 것.

질투는 이런 여성성을 지닌 힘이다.
이름이 비슷한 박찬욱 감독의 ‘복수는 나의 것’과 비교해보면, 그 힘의 여성성이 어떠한 것인지 잘 구분할 수 있다.
이원상은
여성성을 지닌 남성 캐릭터로서
한국 영화사에 몇 안되는 독특함을 확보하고 있다.

—————————-

박찬옥 감독의 작품은 이번이 처음인데,
좋은 시나리오를 쓸 줄 아는 감독이 한 수 위의 감독이라고 본다.
‘질투는 나의 힘’은 매우 탄탄하고 좋은 시나리오이다.
흔히들 감독은 독수리의 눈을 지녀야 한다고 얘기하는데
여성의 시각은 아무래도 좀더 섬세하다.
그래서
맘에 든다.

“질투는 나의 힘 (8/10)”의 2개의 댓글

  1. 흠. 어려운 질문입니다만, 대략 동의합니다.
    그보다 먼저 답해야 할 것은,
    어떤 글(작품)이 좋은 글(작품)인가 하는 것이겠지요?
    ps. 급하게 처리해야 할 업무 때문에, 이에 대한 상세 답변은 뒤로 미룹니다. 재미있는 질문(이라기 보다는 논의, 논쟁)입니다.

  2. 도발적인 질문을 불쑥 던져놓고,
    내심 좋은 답을 기대하면서
    왔더니 아직 바쁜 일이 안 끝나셨나보네요.
    (방송국만큼이나 상당한 회사네요.
    다들 오늘은 종무식 하고 노는 것 아닌가?…^^)
    아… 사실은 저에게 던지는 질문이기도 합니다.
    박찬욱 감독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가 민노당 당원이기도 하고 스스로에 대해 자신감 넘치는 탓이기도 하고,
    그래서 뜻을 굽히지 않는 대신 실패를 감수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복수에서 삶의 활력을 찾는 탓도 있지만
    무엇보다, 평탄한 집안에 태어나 평탄하게 대학을 다니고
    평탄한 삶을 살아온 자신의 치명적 약점 (왜 그런 것 있죠? 감독들은 모였다 하면 자신들의 온갖 무용담들을 쏟아내는 독특한 집단이잖아요) 을 스스로 너무나 잘 알고 있고, 그것을
    교양으로 극복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랍니다. 무서운 속도, 엄청난 양의 독서로 자신의 결여를 채워나가는 작가 혹은 감독.
    그런데… 그건 정말… 판타지에 불과할까요?
    아무튼… 이런 저런 잡글에 치여, 단 한 줄을 쓰지 못하는 저에게 위로가 되는 답이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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