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준의 시는 애달프고 아리고 처연하다.
무슨 사연인지 모르겠지만 세상을 등지고 은둔한 채 먼 산을 바라보는, 아주 창백하고 가녀린 젊은 사람의 목소리가 들린다. 그는 외롭지만 세상을 다시 맞대는 것이 두렵고 사람을 상대하는 것은 더 끔찍스럽다 생각한다.
박형준의 시를 읽으면, 읽는다기 보다 들이 마시는 것에 가깝지만, 차갑게 가라앉은 기분이 전해진다.
호오하고 숨을 내쉬면 하얀 온기가 빠져 나오는 냉랭한 어디. 한편에 낡은 의자가 있고, 그 의자 위에 녹는 듯 언 듯 오래된 눈사람이 있다. 아이가 고드름으로 코를 붙여 보지만 눈사람의 생명을 연장할 수는 없다. 의자도 눈사람도 웅덩이처럼 사라질 운명.

인터넷 서비스 전문가. 특히 전자상거래, 디지털 컨텐츠와 마케팅에 특화되어 있고 세번째의 암과 싸우고 있는 cancer survivor입니다. 영혼의 평화와 건강에 관심이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