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자동 이발사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 작품입니다.
지난한 역사를 둔하지 않게 아우르는 가벼운 감각은 살리되
이야기에 함몰된 흐릿한 주제는 버리고서 말입니다.
소시민과 권력의 접촉이라는 좋은 소재와 송강호와 문소리, 두 연기파 배우의 열연에도 불구하고
효자동 이발사는 ‘어정쩡한 영화’가 되버리고 말았습니다.
장르가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만
효자동 이발사는 극장을 나서는 관객을 몹시 곤혹스럽게 만들 필요가 있었습니다. 아주 지독한 블랙 코미디 같은 것입니다.
역사를 가볍게 취급하는 감각은 좋습니다만 그렇다고 해서 역사의 치열한 속성이나 본질을 그냥 흘려도 좋다는 것은 아니거든요.
휴머니티나 부성애를 논하기보다는 권력과 탐욕에 관한 얘기로.
4.15 부정선거 4.19 혁명 5.16 쿠데타 10.26사건 12.12 반란까지 정말 치욕스러운 한국사를 치욕스럽지 않게 그려낸 것도 단점이라 보여집니다.
보다 폭력적이고 보다 끔찍했더라면 하는 욕심이 듭니다.
평범한 소시민이 권력의 핵심부와 직접적인 접촉을 가질 때 그와 그 주위의 사람들에게 발생하는 여러 얘기.
놀람, 두려움, 친밀, 공포, 거부 등등의 심리묘사는 그럴 듯 했으나 그 어느 것 하나로 모으질 못했습니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
영화의 도입부 이후 현저히 떨어지는 집중력과 밀도는 한국영화의 고질적인 단점 중의 하나입니다.
성한모가 대통령의 초대로 가족과 함께 점심식사를 하는 시퀀스는 매우 중요합니다.
소시민과 권력자가 동일한 높이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착각하게 만들고, 노련하게 원위치시켜서 페이소스를 자극합니다.
그러나 그 이후 효자동 이발사는 높낮이 없는 플롯으로 질질 끄는 듯한 느낌을 주고 있습니다.
이런 저런 단점-장점이 될 수 있는 부분을 희석시켰기 때문에 더욱 치명적인- 때문에 영화에 별 두개를 줍니다만, 문소리와 송강호의 열연 때문에 별 한개를 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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