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기행
12월의 마지막 날, 고암 이응노 기념관을 둘러보고 홍주 읍성에 올랐다가 수덕사로 향했다. 하루 종일 예산을 돌아다니는 재미있는 여정의 마지막 목적지였다.

수덕사로 가는 길
수덕사로 가는 길목에는 다양한 음식점과 가게들이 늘어서 있었다. 산채 정식을 파는 식당들, 돼지감자칩 같은 과자를 파는 가게, 달콤한 조청을 파는 상점들. 맛보기로 나눠주는 간식들을 이것저것 먹으며 천천히 겨울 계단을 올랐다. 추운 날씨였지만 입안에 퍼지는 단맛 덕분에 발걸음이 한결 가벼웠다.
수덕사 선 미술관

일주문을 지나자 근사한 맞배 지붕 건물이 나타났다. ‘수덕사 선 미술관’이다. 한국 최초의 불교 미술관이라고 한다. 내가 방문했을 때는 이응노 화백의 초기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었는데, 매우 마음에 들었다. 이미 이응노 기념관에서 그의 유명한 ‘군상’ 연작을 보고 온 터라, 오히려 초기 작품에 담긴 미완성의 흔적에서 그의 화풍이 어떻게 변화해왔는지 느낄 수 있었다. 완성된 작품도 좋지만, 한 예술가의 여정을 거슬러 올라가는 경험은 또 다른 재미가 있었다.
수덕여관

선 미술관 옆 언덕에는 수덕여관이 있다. 고암 이응노 기념관을 다녀온 후라 몹시 궁금했던 곳이다. 나혜석, 이응노를 비롯한 수많은 예술가들이 머물렀던 그곳은 예상외로 초가집이었다. 초가집으로 만든 여관이라니. 그러나 초가 지붕을 교체한 지 얼마 안 되었는지 새것처럼 보여서, 나혜석이나 이응노가 머물렀던 그 시절의 모습을 상상하기는 힘들었다. 시간의 흔적이 지워진 것이 조금 아쉬웠다.
수덕사 대웅전





수덕여관을 지나 본격적으로 수덕사로 향했다. 언젠가 방문한 적이 있는 것 같은데 전혀 기억나지 않았다. 새로 만들어진 계단은 조금 어색했다. 어머니는 그 계단이 수덕사를 완전히 망쳤다고 했지만, 내 생각에 그 정도는 아니었다. 다만 조금 과한 느낌은 있었다. 예전의 수덕사가 계단이 아니라 흙길로 된 언덕이었다면 그게 훨씬 좋았을 것 같긴 하다.

수덕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7교구본사로 충남 지역의 사찰들을 관할하는 곳이다. 무엇보다 국보인 대웅전이 유명한데, 1308년에 지어진 이 건물은 매우 아담한 인상이다. 뭐랄까, 오래 전에 조립해 작은 언덕에 올려둔 조그만 레고 작품같은? 그러나 법당 안에 들어가면 전혀 다른 인상이다. 법당 안은 정말 높고 웅장했는데, 오랜 세월에 희석된 기둥과 지붕의 색감과 질감이 정말 근사했다. 시간을 견디면서 더 아름다워지는 것은 흔치 않은데, 수덕사 대웅전은 그런 곳이었다.
다음을 기약하며

수덕사 뒤로 1,020개의 계단을 올라가면 관음보살입상이 있고, 능인선원이 있는 정혜사가 있다고 한다. 대략 40분 정도 걸린다고 했는데, 날이 너무 추워서 봄에 다시 오기로 했다. 계단을 오르며 만날 풍경은 그때의 즐거움으로 남겨두기로 했다.
12월의 마지막 날, 한 해를 마무리하는 의미 있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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