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뢰메, 둘째 날 – 일출과 그린투어

괴뢰메, 둘째 날 – 일출과 그린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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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뢰메, 둘째 날 – 일출과 그린투어

둘째 날은 괴뢰메에서 가장 높은 언덕에 올라 일출을 보기로 했다.

    언덕의 전망대에 올라가려면 20리라(한화 천 원 정도)의 통행료를 내야 하지만, 언덕 위에서 바라보는 일출과 일몰에 비하면 거저나 다름없다. 특히 일출을 배경으로 외계의 산맥 같은 응회암 지형 위로 떠오르는 수십 개의 열기구는 아주 감동적이다. 새벽 하늘을 수놓는 형형색색의 열기구들이 천천히 고도를 높이는 모습은 마치 꿈을 꾸는 듯했다.

    차이와 카흐발트로 아침을 먹고 그린투어 패키지를 시작했다.

    카파도키아 패키지 투어는 그린투어와 레드투어가 있는데, 보통 둘 중 하나를 선택한다. 카파도키아가 무척 넓어 차가 없다면 다니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작은 미니버스는 괴뢰메의 여러 숙소를 돌며 하루를 함께 보낼 사람들을 하나둘 태웠다. 한국, 미국, 스페인, 우루과이 등 전 세계에서 온 사람들이 헬로, 굿모닝 인사를 나누며 미소 지었다.

    가이드는 튀르키예에서 대학을 나온 젊은 여성이었는데, 그녀에 의하면 튀르키예 관광 가이드는 대학을 졸업한 튀르키예 사람만 할 수 있다고 한다. 자국의 역사와 문화를 제대로 전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춘 이들에게만 기회를 주는 셈이었다.

    그린투어는 여행사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대개 비슷한 코스를 경유한다.

    괴뢰메 파노라마에서 시작해 전체 풍경을 눈에 담은 후, “피존 밸리(비둘기 계곡)”로 향했다. 이곳은 이름처럼 수많은 비둘기들이 서식하던 계곡이다. 초기 기독교인들은 이 계곡의 응회암 절벽을 파내어 비둘기장을 만들었는데, 비둘기 배설물을 모아 포도밭의 비료로 사용하기 위함이었다. 척박한 땅에서 살아남기 위한 지혜였다. 계곡 곳곳에 뚫린 작은 구멍들이 그 흔적을 보여준다.

    데린쿠우 지하도시는 그린투어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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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하 8층, 깊이 85미터에 달하는 이 거대한 지하 도시는 기원전 8세기경 프리기아인들이 처음 만들었고, 이후 초기 기독교인들이 로마 제국의 박해를 피해 확장하며 사용했다. 최대 2만 명이 생활할 수 있었다고 한다. 좁은 통로를 따라 내려가면 주방, 저장고, 예배당, 학교, 와인 제조실까지 갖춘 완벽한 지하 도시가 펼쳐진다. 특히 외부 침입자를 막기 위해 거대한 원반 모양의 돌문을 안쪽에서만 굴려 막을 수 있게 설계한 점이 인상적이다. 통풍구도 교묘하게 설계되어 있어 지하 깊은 곳까지 신선한 공기가 통했다. 수천 년 전 사람들의 생존 본능과 지혜가 고스란히 남아있는 공간이었다.

    셀리메 수도원은 거대한 바위산 전체를 깎아 만든 수도원인데 13세기경 만든 것으로 추정된다. “이걸 깍아서 만들었다고?” 교회, 부엌, 숙소는 물론 세례실까지 갖춘 규모에 압도당했다. 특히 돔 형태의 천장을 가진 성당은 빛이 들어오는 각도까지 계산해 설계되어 있어, 당시 건축가들의 뛰어난 실력을 엿볼 수 있었다. 수도원 꼭대기까지 오르면 주변의 광활한 카파도키아 평원이 한눈에 들어온다.

    가이드는 이곳이 실크로드를 따라 이동하던 상인들의 중요한 경유지였다고 설명했다. 셀리메 수도원 인근에는 카라반사라이(대상 숙소)가 있었고, 상인들은 이곳에서 쉬며 식량과 물자를 보충했다. 동서양을 잇는 무역로 한가운데서 기독교 신앙을 지키던 수도사들과 비단과 향료를 실어 나르던 상인들이 교차했던 것이다. 천 년 전 이 공간에서 오갔을 다양한 언어와 문화를 상상하니 가슴이 뛰었다.

    점심 식사 후 으흘라라 계곡 트레킹이 이어졌다. 14킬로미터에 달하는 이 계곡은 멜렌디즈 강이 수백만 년에 걸쳐 깎아낸 협곡이다. 우리는 그중 일부 구간을 걸었는데, 계곡 양쪽으로 솟은 붉은 절벽 사이로 흐르는 맑은 시냇물 소리가 평화로웠다. 계곡 절벽에는 초기 기독교인들이 파낸 동굴 교회들이 곳곳에 숨어있다. 나무 그늘 아래를 걷다 보니 카파도키아의 건조한 풍경과는 또 다른, 생명력 넘치는 자연을 만날 수 있었다.

    튀르키예 10일의 기록: 동서양이 만나는 땅을 걷다

    느긋함을 먹는 시간, 카흐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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