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작문과 번역

  • 다시 쓰다

    버리기엔 너무 많은 시간이 흘렀고다시 시작하는 것은 번거롭다. 천천히, 다시 써보자.

  • 9월 11일 아침

    9월 초순의 맑은 햇살만큼 빛나는 것이 또 있을까. 전신주에 어지럽게 얽힌 전깃줄 사이로 빛이 파고들어 새어든다. 하늘은 새파랗다. 유치원 버스를…

  • 기일

    외할머니 기일이다. 기일이라는 표현보다 돌아가셨다는 표현이 더 부드럽고 좋다. 불현듯 당신의 말씀이 떠오르는 일이 점점 잦아지고 있다.“물건은 아껴써야지”“맘을 곱게 먹어야지”…

  • 투두둑 떨어지는 빗줄기의 울림을 우산으로 받아본 것은 또 얼마나 오래된 일인가. 발 언저리가 축축해지는 것이 싫다.바지가 비에 젖는 것도, 젖은…

  • 여름 밤

    온기가 남아있지만 끈적이지 않는다. 시원하거나 차가운 느낌도 없지만, 살갗에 닿는 바람의 온도가 조금 낮아진 것만으로도 가을 생각은 자연스럽다.또 하나의 계절이…

  • 소멸

    “그 음악? 테잎이 늘어져서 더이상 못 들어” 비현실적이다. 이제는 누구에게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으니까 비현실적이다. 정상적인 인간의 귀가 눈치챌 수…

  • 파업

    택시 파업으로 길이 한산하다. 간헐적이던 차의 흐름도 끊어진다 싶자, 흰 바퀴가 빛나는 싸이클 한대가 고양이처럼 소리없이 도로를 가로지른다.

  • 책장

    책장에 소설을 꽂고 시집을 꽂듯 이제 나는 내 마음 속에 감정의 자리를 착착 만들어 놓을 수 있게 되었다.격한 감정들이 섞이지…

  • 석유

    기름을 넣을 때마다 나는 생각한다. 이 차를 움직이는 것은 태고를 뒤흔들던 포효와 어두움. 코를 찌르며 날아가는 거대한 짐승의 시취 혹은…

  • 바람

    부드럽다는 느낌이 들면, 바람만큼 사람을 위안해주는 것도 없다. 4월의 바람은, 바다보다 넓고, 사람보다 따뜻하다. 바람 부는 대로 갈 수 있다면, 바람의…

  • 오늘부터 쓴다.

    고백하건대,  나는 몇 해 전부터 뭔가를 쓰고 싶어서 안달이 나 있었다.  하지만 아무 것도 쓸 수 없었는데 그것은 스스로 시작하면…

  • 축. 강희진兄의 세계문학상 수상

    축. 강희진兄의 세계문학상 수상

    유령 – 강희진 지음/은행나무 출근 길에 좋은 소식을 하나 들었다.내 학창 시절을 함께 지낸 兄의 문학상 수상 소식. 형은 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