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기행
충청북도 단양군 영춘면 소백산(小白山) 백자동 계곡
1945년 상월원각대조사(上月圓覺大祖師)가 칡덩굴로 얽은 초암에서 창건
1967년 천태종 중창, ‘억조창생 구제중생(億兆蒼生 救濟衆生)’을 원력으로 삼음
대한불교 천태종의 총본산,
1만여 명 동시 수용 가능한 5층 설법보전(說法寶殿) 등 50여 동, 동시 수용 인원 5만 6천 명
사진으로 먼저 접한 구인사는 꽤 강렬한 인상이었다. 깊은 계곡을 가득 메우듯 들어선 거대한 건물들, 겹겹이 쌓인 처마와 지붕들이 마치 계곡에 잠든 용처럼 길고 장대하게 이어지는 풍경. 인스타그램에서 볼 때는 웅장하면서도 어딘가 고요하고 엄숙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그 기대를 품고 소백산 자락 백자동 계곡 안으로 들어섰다.
기대와 다른 첫인상
그런데 막상 발을 들여놓으니, 사진 속 구인사와 실제 구인사는 꽤 달랐다.
계곡 양쪽을 빼곡히 채운 건물들은 대부분 기도실이나 대중 생활공간으로 쓰이고 있었다. 흔히 산사에서 느끼는 경건한 불전의 분위기보다는, 다닥다닥 붙은 연립주택을 연상시키는 실용적인 느낌이 강했다. 수행 공동체를 위한 공간이라는 점에서 그 자체로 의미가 있겠지만, 우리가 전통 산사에서 기대하는 고요함이나 엄숙함은 찾기 어려웠다.
1만여 명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규모라는 사실이 이 공간의 성격을 잘 설명해준다. 구인사는 처음부터 참배와 명상의 공간이기에 앞서, ‘애국불교·대중불교·생활불교’라는 3대 지표를 내건 대중의 수행 도량으로 설계된 곳이다. 그러니 이 건물들은 그 철학의 물리적 표현이기도 하다.
설법보전 — 어색함과 위엄 사이
긴 계곡을 따라 안쪽으로 올라가다 보면 마침내 설법보전을 만나게 된다. 일반 사찰의 대웅전 격으로, 중앙에 석가모니불, 좌우에 대세지보살과 관세음보살이 봉안되어 있다. 그런데 법당은 5층에 있고 나머지 1~4층은 수행처와 기도실로 쓰인다.
처음엔 이 구조가 낯설고 어색하게 느껴졌다. 단아한 단층 불전에 익숙한 눈으로 보면,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만나는 법당은 어딘가 사찰답지 않다는 느낌을 준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수만 명이 함께 예불을 올리는 공간을 땅 위에 평평하게 지어낼 수 없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전통의 형식보다 기능과 규모를 택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구인사를 있는 그대로 보기
구인사는 조계종 사찰과는 다른 문법으로 지어진 곳이다. 천태종은 ‘회삼귀일(會三歸一)’과 ‘삼제원융(三諦圓融)’의 천태교관 구현을 종지로 삼으며, 그 정신은 소수의 수행자가 아닌 대중 전체를 향해 있다. 계곡을 가득 메운 건물들도, 층층이 쌓인 설법보전도, 따지고 보면 그 원력의 크기에 맞게 지어진 그릇이다.
기대했던 고요한 산사의 풍경과는 달랐지만, 그 차이 자체가 이곳이 어떤 곳인지를 가장 솔직하게 말해주는 것 같았다. 한 종파가 한 시대에 이만한 도량을 일구었다는 사실, 그 자체로 충분히 압도적인 구인사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