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기행
강원특별자치도 속초시 설악동 설악산(雪嶽山) 국립공원
신라 진덕여왕 때(653년) 자장율사가 ‘향성사(香城寺)’로 창건, 이후 의상대사가 자리를 옮겨 ‘선정사(禪定寺)’로 중건.
조선 인조 때 화재 후 현 위치에 중건하며 ‘신흥사(新興寺)’로 개칭
대한불교 조계종 제3교구 본사
남북통일을 염원하며 1987년 착공, 1997년 봉안한 통일대불 — 높이 15m, 좌대 직경 13m, 청동 108톤
사찰을 기점으로 흔들바위·계조암(2.1km), 울산바위(3.1km)로 이어지는 설악산 트레킹 코스의 출발점
겨울 설악 속으로
강원도에는 조계종 교구본사가 두 곳이다. 오대산 월정사, 그리고 설악산 신흥사. 월정사와 그 위의 상원사는 여러 번 다녀왔지만, 신흥사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울산바위, 달마봉, 세존봉 등 아름다운 봉우리들로 둘러싸인 설악산 국립공원 안쪽으로 들어서는 길부터가 달랐다. 겨울 설악산의 설경이 길 양쪽으로 펼쳐졌다. 눈을 얹은 나무들, 얼어붙은 계곡, 그 사이로 난 길. 사찰에 닿기도 전에 이미 절경 속에 있었다.
일주문을 지나며 — 통일대불
일주문을 지나자마자 시선을 가로막는 것이 있었다. 높이 15미터, 좌대 직경 13미터의 거대한 청동 좌상, 통일대불이다. 38도선 이북에 위치한 설악산 신흥사가 분단의 시대를 마감하고 통일을 염원하며 1987년 착공해 1997년 완성한 것으로, 108톤의 청동을 사용했다고 한다.
설악산 봉우리들을 배경으로 정좌한 불상은 위엄이 넘치면서도 자비로웠다. 크다는 것과 경건하다는 것이 꼭 함께 오지는 않는데, 이 통일대불 앞에서는 두 가지가 함께 왔다. 한참 올려다봤다.
계곡을 따라 너른 담장 길을 걷고, 다리를 건너 안쪽으로 오르다 보면 1770년에 지어진 보제루 아래를 지나 계단에 오르면 중심 법당인 극락보전이 나타난다. 조선 중기 1647년에 건립된 다포계 팔작지붕으로 보물로 지정된 건물이다.
자연스럽게 빛 바랜 단청이 오래된 기둥과 맞닿아 있었다. 화려하게 다듬어진 것이 아니라, 세월이 제 손으로 색을 걷어낸 자리에서 오는 그 푸근함이 있었다. 안으로 들어서면 목조아미타여래삼존좌상이 모셔져 있고, 바깥에서 들려오는 바람 소리와 어우러져 깊은 고요가 느껴지는 공간이다.
아담함의 사정
다른 교구본사들과 견주면 신흥사는 조금 아담하다는 인상을 준다. 이유가 있었다. 본래 강원 영동 지역의 대본산은 고성 건봉사(乾鳳寺)였는데, 한국전쟁 당시 전소된 이후 그 자리를 신흥사가 대신하게 되었다고 한다. 규모가 아니라 역할이 먼저 주어진 사찰인 셈이다. 그 사정을 알고 나니 아담함이 조금 다르게 보였다.
신흥사에서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비선대와 흔들바위까지 이어지는 길이 열린다. 겨울이라 깊이 들어가지는 못했지만, 언젠가 눈 녹은 계절에 다시 와 그 길을 걷고 싶다는 생각을 품고 내려왔다.




